3. '학교'인데 메모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시간적 여유가 상당히 많다는 것, 여유롭게 진행된다는 것이 쉼표학교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이었어요. 또 쉼표'학교'이지만 메모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아주 좋았어요.
우리가 쉴 때 혼자있는 시간을 많이 갖잖아요. 저도 사진 찍는걸 좋아해서 찍다보면 혼자 있게돼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새로운 힐링이 된다는걸 알게됐어요.
여기서는 이름도 말하지 않고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어요. 각자 나를 돌아보고 이야기 하고 싶으면 이야기하고 패스할 사람은 패스하고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았어요.
기회가 되면 다시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요. 진짜 잘 쉬다 가요. 고마워요.
2. 우리 만남이 너무 짧아요
그동안 내가 알았던 '쉼'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있는 것이었어요. 쉼표학교에서 쉼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의 기회를 열어준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살짝만 건드려주었어요. 적어도 3박4일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쉼을 통해 내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혼자 쉬는 것은 언제든 내가 선택해 쉴 수 있지만, 이곳에서 함께 경험하며 나누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틀 동안 마음이 막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혼자도 쉬고 싶고, 함께도 쉬도 싶고.여튼 우리 만남이 너무 짧아요.
1. "바로 이거!"
8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어서 쉼표학교 소식은 설렘을 가져다주었어요. 40여년을 쉼 없이 달려온 직장생활에 ‘아, 나에게도 쉼이 있어야겠다’ ‘온전히 나에게 쉼을 주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터라 쉼표학교 소식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막연히 쉬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해 보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나에게 말을 거는 쉼표학교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이거! 라는 탄성과 함께 그 자리에서 신청하게 됐답니다.
쉼표학교 프로그램이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찾아가며 진정한 쉼이 무엇이며 왜 쉼이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었어요. 장소는 올해 문을 연 국립춘천숲체원이라는 생소한 곳이었는데 쉼표학교와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첫날 숲체원에 가는 길에 비가 왔어요. 도로는 녹음이 짙었고 아카시아 향이 흩날렸어요. 도착해서 걸었던 정갈하게 펼쳐진 숲체원은 쉼표학교와 닮아보였어요.
등록부터 slow, slow 서두름 없는 쉼표학교의 기억은 이렇게 여유로움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점심을 먹고 충분한 휘게시간 동안 우산을 쓰는둥 마는둥 비를 맞으며 계곡 따라 걸었어요. 산책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서요.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우리는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른채 자유롭게 같이 노래를 불렀죠.
쉼표학교의 경험은 제게 있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에너지 넘치게 출발하는 중심을 잡아준 것 같아 행복합니다.